일상/절기살이

[물오름달-경칩] 어서 깨어나 이제 봄이야

누리-미 2020. 3. 5. 00:00

*24절기마다 한 편씩 연재하는 절기살이 글입니다.

산과 들에 물이 오르는 3월, 스멀스멀 봄기운이 올라온다. 오늘(3/5)은 입춘, 우수 다음으로 세 번째 봄 절기인 경칩이다.

경칩의 한자를 살펴보면 경(驚)은 '말이 앞발을 들어 위를 보고 놀라다', 칩(蟄)은 '숨어서 겨울잠을 자는 벌레'다. 겨우내 땅속에 숨어있던 벌레가 깜짝 놀라 깨어난다는 뜻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바이러스 감염병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하며 사적인 만남이나 모임을 자제하고 꽁꽁 싸매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설레는 새 학기를 열고, 매화꽃 축제나 유채꽃 나들이를 가느라 떠들썩할 텐데, 올해만큼은 조용하다.

잠자고 있던 벌레들은 물론, 동물들과 땅 속에서 자고 있던 씨앗들까지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어 삭막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나뭇가지에 달린 잎눈과 꽃눈은 밝은 연두빛으로 싱긋 웃고 있는 걸 보니 굳었던 마음이 풀렸다.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봄은 오고 있었다.

 

 

-깨어날 봄, 경칩- 

개구리와 벌레들이
어서 깨어나야 한다고 하네요
개구리와 벌레들이
정말 깨어났느냐고 하네요
개구리와 벌레들이 언제나 깨어 있느냐고 하네요

어떻게 해야 깨어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깨어난 것인지
어떻게 해야 언제나 깨어 있는 것인지
묻고 또 물어야 할 경칩이지요 
(125쪽)

│ 지금 나는 어떤 때인가?

내게 이십대는 남은 삶(삼십 대 이후)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밑바탕을 다지는 때다. 이십 대 후반은 초중반에 얻었던 여러 가지 배움과 경험 가운데 직업으로 삼을만한 것을 골라 실험하는 때다. 이십 대 후반의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는 지금, 숲 교육과 마케팅을 일로 삼아보고자 한다. 환경과 생태를 공부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프레젠테이션 자료 만들고, 글 쓰던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을 한다.

│ 내가 살아가야 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얼마전 자율주행하는 차를 타보았다. 스스로 주변에 있는 차와 간격을 파악하고, 차선을 따라 코너를 도는데 신기해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시대정신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코로나 19 바이러스 여파로 집 안에 격리되어 있는 요즘,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자'는 말이 와 닿는다. 맛있는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재미있는 영상 콘텐츠를 끊임없이 즐길 수 있다고 해도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배달음식을 만들어주고, 배달해주고,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것도 다 사람이긴 하지만.)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싶다.

깨어있는 삶이란, 경계에 서서 사는 삶이다. 경계의 삶이란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음을 깨닫고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롭게 사는 것이다. 주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 질문하면서 사는 것이다. 내가 가진 앎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늘 열린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자기답게 살지만 자기 내세우지 않고 서로 나누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128쪽)

 

 

*이 글은 작은것이아름답다에서 펴낸 <때를 알다 해를 살다>를 읽고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