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숲/숲연구소 이야기

37기 백합나무 수료식

누리-미 2020. 2. 9. 00:09

지난 여름,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인턴 면접에서 떨어지고 부리나케 숲해설가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했다. 가장 빨리 숲해설가 전문과정을 여는 곳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숲연구소'였다. 갑작스럽게 올라와 친구집에 얹혀살며 전문과정 수업을 들었다. 밤 열 시까지 이론 수업을 듣기도 하고, 주말 내내 숲에 있기도 했다. 그렇게 37기 백합나무 선생님들과 다섯 달을 보냈다/ 만약 인턴에 합격했다면, 유아숲지도사 과정이 먼저 열렸다면, 부산에서 숲해설가 모집을 더 빨리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숲연구소에 오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진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순간 순간의 선택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기보다 여기까지 정해진 운명이 있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벅찬 마음에 잠 못 이루는 밤이다.

한 기수마다 수료할 때 책을 엮는 숲연구소의 전통이 있는데, 그 책을 편집하는 일을 맡았다. 대청고에서 교지편집부장은 해봤어도 디자인은 한 적 없다. 변산에서 소식지 편집을 하긴 했지만, 이미 짜여진 틀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하고 만들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장쌤들과 틀을 짜고, 백합나무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잔챙이쌤들과 함께 디자인을 했다. 한 달동안 편집했던 걸 책으로 받아보니 잡지에 글을 연재할 때랑 다른 느낌이었다. 신기하고, 어색하고, 뿌듯하고, 아쉬운 마음에 첫 책 <한결같은 너의 향기, 그건 사랑이다>는 자꾸만 들여다보게 됐다. 선생님들 그림, 사진, 이야기가 돋보이게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는데, 그걸 '절제미(美)' 로 알아봐주신 남박사님 눈썰미에 놀랐다. 워드로 해서 PDF 파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글자 색깔이며, 굵기가 티 안 나게 뒤죽박죽이고,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흐뭇하고 보면 볼수록 정이 간다.

숲해설가 전문과정 수료식까지 마쳤다. 수료식 내내 백합나무 누리 유지향으로 지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창석쌤이 시를 읊으실 때는 반칠환 강사님 강의 듣던 창덕궁과 이론 시험 보던 날이, 돌콩샘이 오카리나 연주하실 때는 불암산 실습이, 참바위취 선생님이 사철가를 부르실 때는 비오는 도산의 숲이, 남박사님이 말씀하실 때는 '나무를 심는 사람' 영상이, 팀장님이 우실 때는 시연 끝나고 한 명씩 안아주고, 동, 동, 동대문 열던 경희궁이 생각났다. 끼 많고 흥 넘치는 분들 사이에서 추억을 되짚어보며 즐겁게 마무리 했다. 하루에 다섯 번 소리내어 웃으면 건강해진다는데, 수료식에서만 백오십 번 정도 깔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