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알다 해를 살다> 유종반
나이가 들수록 삶의 지혜가 생기기는커녕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막막하기만 하다. 생각에 잠기는 밤이면 휴대폰 액정에서 나오는 불빛을 보며 깨어 있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까지 암막커튼을 치고 자다가 느지막이 일어났다. 삼 년 동안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도 짓고, 숲해설가로 생태공부를 하지만 스스로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잠 드는 삶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던 가운데 책 『때를 알다 해를 살다』를 만났다. 수채화 느낌이 나는 맑은 파랑 위에 해의 위치가 표지 앞뒤로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다. 내지에도 각도가 다르게 해가 그려져 있는데 어떤 절기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글쓴이는 이십 년 가까이 환경운동과 생태교육에 힘써온 녹색활동가다. 그는 때의 흐름과 그때에 맞게 살아가는 자연 생명들을 통해 본 절기와 절기살이 이야기를 이 책에 엮었다.
'절기살이'라는 말을 처음 보았다. 계절에 맞게 옷을 바꿔입고, 제철음식을 챙겨먹는 정도로 철을 느끼고 있었기에 절기와 삶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건지 궁금했다.
(55쪽) 나에게 주어진 지금이 어떤 때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절기살이다.
책에서는 1장에서 절기와 삶의 관계를 짚고, 절기살이의 의미를 살핀다. 2장에서는 입동부터 춘분, 하지, 한 해를 갈무리하는 상강까지 24절기를 소개한다.
(172쪽) 소만에 우리는 헤아려봐야 한다. 나는 내 삶의 열매를 키우는 햇볕같은 생명사랑을 잘 받을 수 있는 잎(마음)을 잘 만들고 있는가?
각 절기가 어떤 의미인지는 물론, 절기와 관련된 전설이나 이야기, 시를 다룬다. 더불어 책에서는 때에 맞게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자세와 생각해볼만한 물음을 던진다.
(164쪽) 보릿고개에는 딸네 집도 가지 못했다. 삼사월 손님은 꿈에 볼까 무섭다.
절기와 관련된 속담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우리 조상들은 절기를 삶 가까이에 두고 사셨나보다. 낯선 속담은 간단한 속담풀이가 옆에 있어 알기 쉽다.
“철 들고 철을 알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때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농부가 봄에 씨앗을 준비하지 못해 제때 뿌리지 않는다면 가을에 열매를 거둘 수 없는 것처럼. 때는 미리 알고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누구에게나 봄은 오지만 아무에게나 봄은 아니기 때문이다.” (24쪽)
절기는 농사짓는 농부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때를 알면 삶의 마디마디를 제대로 매듭지을 수 있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설계도를 그릴 수 있었다. 한 번 읽고 끝낼 게 아니라 탁상달력 옆에 두고 절기가 다가올 때마다 펼쳐보며 삶에 물음을 던지기 좋을 것 같다.
덧붙이자면 책에서는 눈의 의미, 단풍이 드는 이유와 같이 절기마다 뚜렷하게 나타나는 자연 현상도 짚고 넘어간다. 해마다 자연스럽게 보는 것들이라 깊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는데, 숲해설을 할 때도 유용하겠다 싶다. 특히 아이들은 '눈은 왜 오는 거예요?', '은행잎은 왜 노랑색이에요?'라고 물어볼 것이다. 교육 현장에 있는 분들이나, 부모님께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은 작은것이아름답다에서 펴낸 책 『때를 알다 해를 살다』 책씨(서평단) 활동으로 쓴 것으로, 제공된 책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