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1월이 갔는데도 햇볕이 봄처럼 따사로워.
햇님도 두 사람 결혼을 축하해주나보다.
청첩장 사진 속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어.
지하 2층 연습실에 있던 그 칙칙했던 아가들이 맞나 싶어서 말야.
언제 이렇게 반짝이는 어른이 되었을까나.

예닐곱 해 전이나, 지금이나
L은 동그랗고 맑은 눈으로 “언니~” 하며 부드럽게 불러주고,
B는 ‘허허 누님’ 하며 특유의 능글맞음으로 웃음 짓게 해줘.
이렇게 쓰고 보니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린다.

오늘이 있기까지 각자 자리에서 따로, 또 같이 얼마나 애쓰고 안간힘을 썼을까.
삭막하기 그지없던 Sand Pe-----에서 사랑을 싹 틔우고 이제껏 가꿨다니 기특하고 뿌듯하고 그래.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벅찰 지경이야.

뜻 깊은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누군가의 행복을 온 마음을 다해 빌어주는 시간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따로, 또 같이 빛날 그대들을 응원해.

 

내일 후배 결혼식에 가져갈 편지를 썼다. 그들과 함께 지내던 이십대 초반의 나는 그들보다 한참 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보니 그들이 훨씬 더 커보인다. 누군가의 행복을 온 마음을 다해 빌어주는 시간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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