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 동요 <오빠 생각>

 

 한 달에 한 번씩 ㅅㅇ유치원으로 숲놀이하러 가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OO산 숲놀이'라는데, 유치원 뒷문으로 나오면 바로 숲이 있었다. 유치원 아이들은 월요일마다 이 숲에 나와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숲유치원이 아닌데도 동네 숲에서 산책할 수 있다니! 서울 한복판에서 숲을 누리는 이 아이들이 좀 더 깊은 숲을 만날 수 있게 도울 생각에 기뻤다.

 내가 맡은 햇살반, 꽃잎반은 만 4세, 여섯 살 반이다. 꽃과 새, 애벌레, 잎, 열매, 나무 등을 다달이 다른 주제로 만나는데, 9월 주제는 '가을 곤충'이었다. 숲에 직접 나오는 만큼 실제 살아있는 곤충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곤충은 잎이나 열매 같은 자연물과 다르게 각자 하나씩 보기는 어려웠다.곤충 자체보다는 먹이나 흔적을 보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겠다 생각했다.

  한 가지 곤충으로 그날 수업을 이끌고 싶었다. 가을 곤충 가운데 어떤 하나를 골라야 할지 몰라서 <곤충 도감>을 꺼냈다.

각종 곤충 그림이 가득 채운 표지

 

 

 
가을이 오면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서늘해진다. 곡식이 여물고 과일이 익는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가도 한낮에는 더워져서 일교차가 10도를 넘기도 한다. 풀밭에서는 왕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 사마귀는 풀 줄기에 거꾸로 매달려 거품에 싸인 알을 낳는다. 모두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큰도감 <곤충도감> 25쪽

 

 

 

 도입부 가을 이야기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곤충은 '왕귀뚜라미'였다. 귀뚜라미는 시나 노래 가사에서도 보이고, 보일러 이름에도 있어서 친숙한데 '왕귀뚜라미'는 처음 들어보았다. 왕귀뚜라미는 귀뚜라미의 한 종류인건가? 귀뚜라미랑 왕귀뚜라미가 다른 건가? 학생으로 돌아간 듯 설레는 마음으로 도감 차례를 펼쳐보았다.

 

 
왕귀뚜라미는 여치, 방아깨비와 함께 메뚜기목에 속해있었다.

 

 

 

 

메뚜기목 귀뚜라미과
학명은 Teleogryllus emma

귀뚜리, 기또래미, 귀엽다!
 
 
 
 
 
 
 
 이름을 살피고 옆장에 세밀화를 보는데 광교산에서 아이들과 봤던 그 곤충이었다! 아이들과 '왕뚜기'라고 따로 이름 만들어서 불렀는데 진짜 '왕'귀뚜라미였다. 이름을 짓기 위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던 터라 그림을 보고 바로 기억이 났다. 직접 만났던 곤충이니까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겠다 싶어 자신감이 생겼다.
 
광교산에서 본 왕귀뚜라미

 

 

왕귀뚜라미는 가을밤에 풀섶이나 집 둘레에서 "뜨으르르르" 하고 운다. 앞날개 두 장을 서로 비벼서 소리를 낸다. 소리는 수컷만 내는데 암컷을 불러 짝짓기를 하려는 것이다. (...) 암컷은 앞다리에 있는 귀로 소리를 듣고 수컷을 찾아간다.
- 세밀화로 그린 보리 큰도감 <곤충도감> 80쪽

 

 

 울음소리로 가을을 알리는 곤충답게 가장 먼저 소리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었다. 생김새, 사는 곳, 한살이 등을 찬찬히 읽어보고나니 왕귀뚜라미가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시 세밀화를 들여다보았다. 정말 머리가 둥글고 단단해보였다.

그림 ⓒ권혁도

 

 다행히 유치원 뒷산에도 왕귀뚜라미는 울고 있었다. 아이들과 숲길을 걸으며 왕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귀뚤귀뚤 소리를 흉내내며 누가 왕귀뚜라미인지 맞춰보며 놀았다. 앞날개를 비벼서 소리내는 왕귀뚜라미처럼 팔을 비벼보기도 했다. 가을을 알리는 왕귀뚜라미 이야기로 마무리하며 앞으로 아이들이 만나갈 가을에 왕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길 바랐다.

 유치원 수업 시간은 한 시간 반, 만 3세와 만 5세 반까지 여러 반이 동시에 숲에 나오다보니 공간도 제한되어 있다. 숲학교에서 두 시간 동안 여덟 명이랑 드넓은 산을 누비다가, 한 시간 반동안 스무 명을 데리고 숲에 있으니 깊은 숲을 만나게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광교산에서 만난 왕귀뚜라미와 도감 덕분에 아이들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다. 햇살받은 꽃잎처럼 반짝이는 스물한 명의 천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누리 선생님이랑 숲에서 노는 게 제일 좋아요."

 왕귀뚜라미를 알게 된 이후로 울음 소리가 더 잘 들린다. 9월이 다 지나고 서리가 내리는 절기 상강(霜降)인 오늘까지도 왕귀뚜라미는 계속 울었다. 도감에 적힌대로 정말 11월 입동이 오기까지 가을밤을 노래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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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가을의 관계  (0) 2019.11.02

지금보다 나은 나를 만나는 시간,

도산의숲 이야기 시작합니다.

 

 

1. 합생

 

꽃잎이나 꽃받침이 붙은 합생화에서

볼록볼록한 부분이 몇 개인지를 보고

합생하기 전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을 보면,

현재 꽃잎에 볼록볼록한 부분이 세 군데니까

'과거에는 세 개 꽃잎이었겠구나' 하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이지요.

 

 

 

 

 

 

 

 

2. 조락성과 숙존성

 

꽃받침은 꽃잎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보통 꽃이 질 때 같이 떨어지는데, 

어떤 식물은 꽃받침이 떨어지는 시기가 이르거나, 늦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 조락성 (早落性caducity)

 : 꽃잎이 나오자마자 꽃받침이 떨어지는 성질입니다.

  탈리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지요.

 

- 숙존성 (宿存性)

 : 꽃잎이 떨어져도 끝까지 꽃받침이 남아있습니다.

  꽃이 지고 난 뒤에도 꽃받침이 성장을 계속해서 열매와 같이 자라기도 합니다.

  꽃잎을 지키고 나서, 열매까지 지키는 거죠.

  

* 숙존성은 오아과아강의 기본적 성품이라고 합니다.

 열매도 겨우내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 열매를 바닥에 떨어뜨리면 땅에 있는 수분 때문에 썩을 확률이 높은데요,

 가지에 매달고 있으면서 바짝 말리는 것이지요.

 

 

 

 

 

 

3. 라틴어 학명

 

우리나라 식물 이름은 '속'끼리 묶어두면 분류가 어렵습니다.

이름은 비슷해도 '과'가 전혀 다른 경우도 많지요.

 

식물학자 린네가 창안한 라틴어 학명을 살펴보면

그 식물의 특징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검색표를 생활화하면서

라틴어 학명을 익혀보는 건 어떨까요?

 

 

 

 

 

 

 

4. 자방과 태좌

 

 

단심피자방

 : 심피가 하나 = 자방실이 하나

 

다심피자방 (宿存性)

 : 심피가 여러 개 = 자방실이 여러개

  자방실은 격벽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화식을 공부하면서 

암술, 심피, 자방이 헷갈려서 답답했는데요.

그 답답함이 의외의 곳에서 풀렸습니다!

꽃이 아닌 열매를 통해 알 수 있었어요.

 

 

 

 

 위 사진에 있는 아까시나무(콩과, Robinia pseudoacacia) 열매에

 가장자리에 까만 테두리가 보이시나요?

 배봉선인데요. 이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그러니 자방실이 하나인 단심피자방 인거죠.

 

  

 

 

 

 

 

 

  

고추나무(고추나무과, Staphylea pinnata) 씨앗은

자방실이 두 개로 뚜렷하게 나눠져 있는 거 보이시나요?

그러니 자방실이 여러 개인 다심피자방 이지요.

익으면 뽁뽁이 같이 부풀어 오른다고 하네요.

 

 

 

 

* 씨앗은 방 하나에 여러 개일 수도 있어요.

 그 개수는 종마다 다르다고 해요.

 

* 씨앗이 앉은자리, 탯줄이 있던 자리를

 태좌라고 합니다. 위에 있는 아까시나무 사진 속 변연 태좌 보이시나요.

 

* 자방 개수가 꼭 암술머리 개수와 같은 것은 아니니,

 횡단면을 잘라서 자방실을 보고 화식(KCAG)의 G를 알아냅니다.

 

 

 

 

* 병꽃나무(인동과, Weigela subsessilis) 열매의 횡단면을 잘라보면 자방실과 태좌를 확인할 수 있대요.

 

 

 

 

 

 

 

 

 

5. 변이로부터 만들어지는 진화

 

숲길에서 댕댕이덩굴(방기과, Cocculus trilobus)을 만났어요.

잎 모양을 살펴볼까요?

 

 

 

한 몸인데도 잎끝이 뾰족하기도 하고, 둥글기도 하고, 말발굽 같이 움푹 들어가기도 하고 잎 모양이 다양해요.

 

이렇게 잎 모양에서 변이가 일어나고

어떤 개체(A)가 변이 된 잎으로만 나오면 변종으로 불리다가

A가 만든 씨앗들이 세대를 거듭해도 변이된 잎으로만 나타나면

비로소 하나의 으로 인정받는다고 해요.

 

그 과정을 직접 보려면 저희가 몇 만년을 살아야겠지만

작고 엉뚱한 변화가 기회를 잘 포착해서(환경 변화에 적응해서)

자리 잡게 되는 과정이 꼭 식물에게서만 일어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6. 국화과, 어떻게 분류하세요?

 

'국화과 꽃에는 설상화와 관상화가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1) 설상화만 있거나 

 (2) 관상화만 있거나 

 (3) 설+관 둘 다 있는 경우

분류하라고 하니 막막하더라고요.

 

 

서너 명 짝을 지어 자리를 잡고 앉아

개망초(국화과, Erigeron annuus) 를 살펴보았어요.

 

 

 

 

 길가에서도 요즘 개망초꽃이 자주 보이죠.

 '우와 달걀 후라이 닮았다' 하고 지나치기만 하고,

 이렇게 분리해본 건 처음이었는데요.

 (처음 해보냐고 혼난 사람, 저요...)  

 

 

 

 

 

 

 

 

핀셋으로 설상화와 관상화를 분리해서

루페로 들여다보았습니다.

 

개망초에서 볼 수 있듯이

꽃잎이 큰 설상화는 수분 매개체를 유인하는 역할을 하고

관상화는 수분을 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그런데 민들레(국화과, Taraxacum platycarpum) 같이 설상화만 있으면

설상화가 유인도 하고 수분도 한다고 해요.

 

엉겅퀴(국화과, Cirsium japonicum) 같이 관상화만 있으면

관상화가 두 가지 역할을 다 하겠지요.

(아래 사진은 엉겅퀴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국화과를 분류해보면

 

(1) 설상화로 수분하는 민들레아과  

민들레 Taraxacum platycarpum, 고들빼기 Crepidiastrum sonchifolium ,,, 

 두 식물을 보고 떠오르는 공통점이 있으신가요?

 

 네! 몸에서 흰 유액이 나옵니다. 

 씀바귀 Ixeridium dentatum, 상추 Lactuca sativa 모두 그렇죠.

 (상추의 속명 Lactuca를 보면 Lacto(락토)라는 유산균이 떠오르는데요, 소젖도 하얀 액체니까 어원이 똑같은 거죠)

 

 

(2) 관상화로 수분하는 엉거시아과

: '엉거시'는 지느러미엉겅퀴Carduus crispus의 사투리 이름이라고 해요.

 엉거시아과는 두 가지로 다시 분류할 수 있어요.

 개망초처럼 설상화 + 관상화 인 경우

 엉겅퀴처럼 관상화만 있는 경우로요.

 

 

 관상화만 있는 경우는 다시 관모가 있느냐 / 없느냐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2)-1 관모가 있는 경우, 혀꽃을 버리는 대신 관모를 발달시켜 씨앗을 달고 날게끔 하고요.

 (2)-2 관모가 없는 경우, 씨앗으로 번식합니다.

 

 관모가 있는 경우를 분류할 때는 열매를 봅니다.

 (2)-1-1 열매에 선점이 있음

 (2)-1-2 선점이 없고 가시가 있음

 (2)-1-3 선점도 없고, 가시도 없음

 

 관모가 없는 경우를 분류할 때는 잎을 봅니다.

 (2)-2-1 마주나기

 (2)-2-2 어긋나기

 

 

*꽃으로 '과'를 분류하고

 열매, 잎으로 '종'까지 분류할 수 있어요.

 

 

 

이렇게 국화과 계통분류에 대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어요!

 

*국화과는 꽃받침 대신 총포 개수로 화식(KCAG)의 K를 표시합니다.

 

*개망초속에 있는 주걱개망초(국화과, Erigeron strigosus)도 보았어요.

 

 

 

 

 

 

 

 

 

 

7. 숲에서 살아남기 (곤충편)

 

가지와 잎맥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를 만났어요.

숲에 있는 곤충들이 다 모여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간듯 했죠.

 

 

 

 

 

곤충은 생태계에서 약자입니다.

늘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죠.

그런 곤충들이 식물을 먹을 때 두 가지 이유로 먹어요.

 

(1) 영양분 섭취

(2) 자기 보호

 

독이 있는 버드나무 잎을 곤충이라고 먹고 싶을까요?

그렇지만 독을 먹고 내성을 키운다면

자신을 먹이로 삼는 새나 동물들로부터 자기를 보호할 수 있어요.

 

이런 곤충들이 저마다 특히 좋아하는 나무가 있대요.

-호랑나비는 산초나무(운향과, Zanthoxylum schinifolium)를 좋아하고요

-제비나비는 땅빈대(대극과, Euphorbia humifusa)를 좋아한다고 해요.

 

 

 

 

 

 

 

 

 

 

 

 

8. 나리나리 무슨 나리 ♪

 

저는 나리 하면개나리(물푸레나무과, Forsythia koreana) 밖에 몰랐는데요.

이번에 공부하면서 알게 된 나리(백합과)는 과부터 다르네요.

앞에 <3.라틴어 학명>에서 봤듯이 우리나라 이름으로 분류는 (절레절레)

 

백합과에 속한 나리는 잎이 어긋나거나 돌려난다는 특징이 있어요.

꽃이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구분된다고 합니다!

 

- 꽃이 땅을 보는 땅나리 (백합과, Lilium callosum)

- 꽃이 기역(ㄱ) 자로 휘어져 중간쯤을 보는 중나리 (백합과, Lilium leichtlinii)

- 꽃이 하늘을 보는 하늘나리 (백합과, Lilium concolor)

- 꽃이 하늘을 보고, 크다는 뜻의 '말'자가 붙은 하늘말나리 (백합과, Lilium tsingtauense) : 윤생!

 

 

그럼 아래 사진 속에 있는 나리는 무슨 나리일까요? :)

 

 

 

 

 

 

 

 

 

 

 

 

9. 수그루에 수꽃만 있는 게 아니다?

 

다래(다래나무과, Actinidia arguta ) 수그루를 만났어요.

수그루에는 보통 수꽃만 있는데, 더러 무성인 암꽃도 있다고 해요.

아직 진화 중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네요.

 

 

 

 

제가 고고고고고조할머니가 될 쯤에는 수꽃만 남아 있으려나요 :D

 

 

 

 

 

 

 

10. 광대싸리는 OO화서

 

광대싸리(대극과, Flueggea suffruticosa) 가 꽃을 피우려고 한창 준비 중이었는데요.

부지런한 꽃송이 하나가 피어있는 걸 발견했어요. 

 

 

 

광대싸리는 유한화서라고 하는데요.

유한화서 가운데 무슨 화서일까요?

 

 

 

 

 

 

 

11. 씹고 뜯고 맛보기

 

숲에서 잎을 뜯어서 맛보면 여러 가지 맛이 나더라고요.

괭이밥(괭이밥과, Oxalis corniculata) 에서는 신맛이 나고

민들레(국화과, Taraxacum platycarpum)에서는 쓴맛이 나지요.

 

속명을 잘 보면

옥살리스(괭이밥속)은 신맛이 나고

타락싸쿰(민들레속)은 쓴맛이 난다고 해요.

 

* 백합속(Lilium) 을 보면 색깔이 희다는 뜻 'Lily' 을 유추할 수 있어요.

 

 

 

 

 

 

-----

그늘이 나와서 쉬는 시간을 가졌어요.

쉬는 시간에 보고 싶었던 나무를 보러 가는 선생님들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아래 사진은 박쥐나무(박쥐나무과, Alangium platanifolium)  꽃입니다.

 

 

가운데 꽃은 꽃잎이 이미 지고 암술대만 남았네요.

여물어가는 여린 열매도 보이고요.

 

 

 

 

 

 

 

 

 

쉬는 시간에도 공부를 이어가는 선생님들 덕분에

배움에는 끝이 없을뿐더러 쉼도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12. 아강(SubClass)으로 살펴본 시대 흐름

 

지난 시간에 쌍떡잎식물강 아래 여섯 아강 형제를 배웠지요.

화피가 있긴 한데 붙어있거나 구분이 안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진화합니다.

각 아강에서 나타나는 특성이 운이 좋았더라면 자연선택되어 계속 진화했을 텐데요.

선택되지 못한 특성은 진화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옵니다.

 

첫째인 련아강 가운데서도 가장 진화한 양귀비목은 꽃받침이 거의 없어요.

둘째 조록나무아강 꽃잎과 꽃받침 의미가 별로 없어요.

셋째 석죽아강 꽃잎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합니다.

넷째 오아과아강부터 꽃받침이 중요해지고요.

다섯째 장미아강 탁엽을 거의 가지고 있는데, 이 말은 탁엽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겠지요.

막내 국화아강에서는 탁엽이 없어집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각 식물군마다 특색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국화과의 99.9%가 합판 화인 데요.

국화과가 아니면서도 합판화인 경우도 있지요.

- 감나무과, 때죽나무과, 노린재나무과, 물푸레나무과, 인동과, 박쥐나무과, 꿀풀과, 현삼과, 진달래과,,,

 

 

 

 

 

이렇게 이야기가 길어지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었어요.

맛있게 점심을 먹고 하산하기로 했습니다.

 

 

 

 

13. 양치식물

 

드디어 양치식물을 배우네요..!

 

- 북사면을 좋아하는 양치식물

 : 태초에 양치식물은 물속에 살았어요.

 진화과정을 거쳐 뭍으로 올라왔지만 여전히 물이 필요해요.

 왜냐면 포자가 물기에 떨어져야 퍼뜨려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늘진 북사면을 좋아한답니다.

 

 

 

위 사진은 고비고사리(봉의꼬리과, Coniogramme intermedia)  입니다.

생식경이 따로 올라오는 고비(고비과, Osmunda japonica) 와 달라요.

 

 

 

 

 

- 분류기준은 포자

 : 포막의 상태, 포자가 어디에 앉아있고, 배열이 어떤지, 포자는 어떤 모양인지

 살펴보면 양치식물을 분류할 수 있어요.

 초기 양치식물은 포자가 잎끝에 위치했는데, 점점 포자가 뒷면으로 오게 되었어요.

 

- 영양잎, 번식잎 따로

 : 양치식물 잎이라고 다 포자가 달린 건 아니에요.

  광합성과 호흡만 하는 영양잎과 포자까지 만드는 번식잎이 따로 있거든요.

 

유리맥

 : 물줄기가 갈라지는 모양을 하고 있는 맥

 

- 중륵으로 구분

 : 가운데(중) 있는 갈비뼈(늑) 같은 맥을 중륵이라고 부르는데요.

  중륵으로 구분하는 고사리가 있어요.

  개고사리(개고사리과, Athyrium niponicum) : 초록색 중륵

  뱀고사리(개고사리과, Athyrium yokoscense) : 적갈색 중륵

 

  둘 다 포자 모양이 애벌레가 구부리고 있는 모양이라 굉장히 비슷합니다.

 

 

 

그럼 위 사진은 포자 모양이 구부러져 있고,

중륵이 적갈색이니까 'O고사리' 겠네요!

 

 

 

 

 

 

---

하산한다길래 내리막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식물들을 봤어요.

 

[1] 두루미천남성(천남성과, Arisaema heterophyllum) 의 자태를 보며

"백합과는 예술이다."라는 말씀을 남기셨죠.

 

보통 천남성은 정소엽이 측소엽보다 작은 편인데,

점박이천남성(천남성과, Arisaema peninsulae)는 달랐어요.

 

 

 

화살표로 표시한 잎이 정소엽인데,

옆에 있는 측소엽이랑 크기가 비슷하네요.

 

 

 

 

 

 

[2] 참꽃마리(지치과, Trigonotis radicans) 

 

 

 

 

덩굴성이고, 잎이 어긋나요.

 

 

 

 

 

 

[3]

청미래덩굴(청미래덩굴과, Smilax china) 은 잎맥이 5~7개, 잎이 원형이고,

청가시덩굴(청미래덩굴과, Smilax sieboldii) 은 잎맥이 3~5개이고 잎이 달걀형이라고 해요.

 

 

 

 

 

 

 

 

[4] 함박꽃나무(목련과, Magnolia sieboldii

목련과는 꽃받침과 꽃잎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화식(KCAG)을 쓸 때, K와 C를 합쳐 라고 쓰기도 합니다. 

 

 

 

 

 

가까이서 보니 P 12 A ∞ G ∞ 인 것 같네요.

 

 

 

 

 

 

 

 

 

 

 

 

[5] 두릅나무(두릅나무과, Aralia elata)

 

 

 

복엽 안에 마주나기 4세트 있어요.

보이시나요?

 

 

 

 

 

 

 

 

 

 

 

이렇게요!

 

 

 

 

 

 

 

 

[6] 줄기 안에 수 색깔에 따라

갈색은 왕머루(포도과, Vitis amurensis) 

흰색은 개머루(포도과, Ampelopsis brevipedunculata)

 

 

 

제가 찍은 사진은 갈색 수가 옅게 보이는데,

에코 선생님이 올려주신 사진엔 색깔 차이가 뚜렷하게 보이더라고요! (아래 링크 참고)

 




 

 

 

 

 

 

[7] 땅비싸리(콩과, Indigofera kirilowii)

 



 

 

 

 

 

 

 

 

 

 

 

 

 

 

 

 

 

 

[8] 토끼풀(콩과, Trifolium repens)

 

보통 꽃대 하나에 60송이가 달려있다고 해요.

화서는 산형화서 :)

 

 

 

위쪽에 하얗고 싱싱한 꽃은 아직 짝을 못 만났고(미혼)

아래쪽에 무르익은 꽃은 이미 식을 올렸다지요.(기혼)

 

 

 

 

 

 

 

 

 

 

 

 

[9] 외대으아리(미나리아재비과, Clematis brachyura)

 

 

 

 

 

 

 

 

 

 

 

 

 

 

 

 

[10] 생강나무(녹나무과, Lindera obtusiloba)

 

 

 

겨우 잎을 두 개 냈는데,

하나는 공룡발자국이고, 하나는 하트라니요.

녀석 :)

 

 

 

 

 

 

 

 

그리고 신기한 버섯까지!

 

 

 



 

 

 

 

 

이렇게나 알차게 하산하고 나서 시험을 봤습니다.

"낱개로 배운 것을 전체로 엮어보는 시험이었습니다."

 차근차근 풀이하며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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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백합나무 수료식  (0) 2020.02.09

"~ 주영아~“

경아 친구 주영이었다. 주영은 나도 잘 아는 애였다. 경아랑 안방을 같이 쓰다 보니 통화를 하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주영이 말했다.

"낮에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는데, 재료가 많이 남았거든. 내일 너네 집에서 파스타 해 먹자고.“

경아가 반가워하며 말했다.

"그래!“

전화를 끊고, 경아는 내게 주영이 집에 와도 되는지 물어봤다. 통화 내용을 못 들은 척하며 그러자고 했다.

이튿날 아침이 밝고 우리는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청소를 하고 식탁 위에 꽃병도 바꿨다. 열두 시쯤, 벨소리가 울렸다. 주영이 묵직한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가방 안에는 양송이,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어린 잎채소 등이 있었다. 두 사람이 부엌에서 요리하는 동안 나는 마실 거리와 피클로 식탁을 차렸다.

구운 바게트와 파스타, 리조또, 에이드까지 풍성하게 차려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었다. 잘 얻어먹었으니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설거지를 마치고 싱크대 거름망을 보았다. 양파, 마늘 껍질, 파프리카 씨, 방울토마토 꼭지, 시든 어린잎, 먹다 남은 피클, 에이드에 넣었던 애플민트 잎, 짧은 면 몇 가닥이 보였다. 거름망에 있는 것들을 꺼내 물기를 빼고 통에 담았다. 그리고 삽과 미생물 분무기를 들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집 밖에는 화분이 여러 개 있는데 가장 작은 게 우리 거다. 다른 화분에는 대파, 상추가 자라고 있지만 우리 것은 무얼 키우기 위한 화분이 아니었다. 음식물 버리기가 아까워 만든 거름 화분이었다. 쓰레기봉투에 버릴 때는 벌레 없이 꽉꽉 채우기 위해 음식물을 냉동실에 얼렸다. 거름 화분을 만든 뒤로는 바로바로 버렸다.

가져간 음식물을 넣으려고 모종삽으로 흙을 팠다. 흙 속에는 까만 집게벌레가 기어 다니고, 하얀 구더기도 몇 마리 꿈틀거렸다. 날파리가 팔이며 얼굴로 날라들었고 이상한 냄새도 났다. 지난주까지 개미 한 마리 없었는데 날이 더워져서 그런가 하고 삽으로 더 쑤셔 보았다. 안쪽에 썩어가는 고기에서 구더기가 나왔다. 경아 생일에 미역국 끓이고 남은 소고기였다. 채소나 과일 껍질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거의 썩었는데 고기는 버릴 때 덩어리 그대로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음식물을 넣으면 벌레가 더 생길 것 같았다. 찌푸린 얼굴로 살충제 스프레이를 뿌리듯 미생물 발효액을 뿌렸다. 가지고 내려갔던 음식물을 들고 계단을 올랐다. ‘이웃집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떡하지, 경아가 그만두라고 하면 어쩌지, 흙이 묻은 채로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담아도 되나, 씻어서 담아야 하나, 벌레들도 같이?’ 고작 한 층으로 올라오는 사이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집에 들어와 밀폐용기에 음식물을 넣고 손을 씻었다. 그리고 노트북을 켜고 검색창에 친환경 거름’, ‘음식물 구더기를 쳤다. 인터넷 기사나 블로그, 카페 글을 읽어보니 거름 만드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흙을 뒤적여 주고, 마른 풀이나 낙엽을 넣어서 수분을 조절해 줄 필요가 있었다. 나 같이 시행착오를 겪은 분들이 많아서 위로가 됐다.

그리고 고기는 거름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분해하는 데 오래 걸릴뿐더러 썩을 때 냄새가 고약하고 벌레가 잘 꼬이기 때문이었다. , 구더기는 굉장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이 먹보들은 엄청난 양의 음식을 해치울 수 있는데, 일 킬로그램 구더기가 네 시간 동안 먹을 수 있는 폐기물이 이 킬로그램이나 된다. 구더기가 생기는 건 마냥 싫어할 일이 아니었다.

빈 통과 삽을 들고 다시 내려갔다. 삽으로 흙을 뒤적여 썩은 소고기 덩어리를 찾았다. 덩어리 안에서 구더기 한 마리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구더기가 지나간 더러운 자리가 깨끗해진다는 걸 알고 나니 징그럽지 않았다. 구더기는 흙에 넣어주고 고기 덩어리만 건져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보겠다고, 비닐봉투 덜 쓰겠다고 시작한 일이었다. 대부분 유기농으로 산 것들이라 거름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몸은 좀 귀찮을지언정 마음은 즐거웠다. 베란다 텃밭에 직접 만든 거름을 넣어줄 생각에 신나 있었다. 그런데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거름이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냄새 많이 나면 어쩌지. 구더기가 커서 파리 되면 어쩐다.’ 나 좋자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게 될까봐 주눅이 들었다.

그렇다고 베란다에 가져오면 경아가 싫어할 테니 밖에 두고 며칠 더 지켜보았다. 이전까지 음식물을 넣고 방치했다면 이번엔 신경 써서 물기를 조절해주었다. 공터에 가서 마른 풀을 가져왔다. 벌레가 늘어나지 않길 바라며 화분 안에 넣었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씩 흙을 뒤적여줬다.

며칠 지나니 확실히 냄새도 덜 나고 벌레도 줄었다. 변산공동체 살 때도 음식물이랑 똥으로 거름을 만들기는 했지만 갖다 붓기만 할 뿐 어떻게 거름이 되는 건지 관심 가지지 않았다. 관심 없어도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직접 망해보니 궁금한 점이 생기고, 구더기랑 지렁이, 미생물, 발효 공부도 하게 됐다. 노지에 가꾸는 밭이 있었다면 쌀뜨물이나 달걀 껍데기, 오줌으로 액비도 만들 기세였다. 상추와 고추뿐인 상자 텃밭에는 지금 있는 거름도 많으니 참기로 했다.

거름 만들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이 가까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이웃이 지렁이 분양해주고, 내가 미생물을 나눠주면 좋을 것 같다. 길가에 화분 놓고 상추나 고추, 토마토를 키우는 동네 할머니들께 혹시 음식물 모으시는지, 지렁이 키우시는지 여쭤봐야겠다. ‘나중에 좋은 거름 만들어서 드리겠다고, 지렁이 수 늘려서 다시 갚겠다고 하면 좋아하시려나.’ 벌써부터 기대만 앞선다. 먼저 경아랑 거름 화분부터 친하게 해주고 볼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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